한국의 금시장은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회 작성일 26-05-06 09:39본문
한국의 금시장은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한다! |
| (사)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 회장 오효근 | |
| 등록일 : 2026.05.05 |

한국의 금시장은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한다!
— KRX 금시장 외국계 제련사 회원 허용 사태의 전말과 우리의 요구 —
1. KRX 금시장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1997년 IMF 외환위기, 나라가 무너지던 그 절체절명의 순간을 기억하는가. 대한민국 국민은 장롱 속 금반지와 금목걸이를 꺼내 들고 자발적으로 줄을 섰고, 주얼리 산업 또한 그 대열에 함께하였다. 바로 그 국민의 헌신과 주얼리 산업의 희생을 토대로, 국내 금거래의 양성화와 품질 제고를 위해 KRX 금시장이 탄생하였다.
KRX 금시장은 2007년 7월 1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귀금속보석발전방안」을 바탕으로 준비되었다.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기획예산처,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관세청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여 국내 금거래의 양성화와 금 품질 제고라는 공익적 목적 아래 개설된 것이다. KRX 금시장은 국민의 재산이며 대한민국 국가의 재산이다. 특정 기관이나 집단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런데 지금, 바로 그 시장이 우리를 대책 없이 옥죄고 있다. 국민의 재산으로 출발한 시장이, 지금은 이윤을 추구하는 주식회사로 변모하여 산업을 철저히 짓밟는 방향으로 폭주하고 있다.
2. 업계와 한마디 상의 없이 벌인 일 — 무엇이 문제인가
(1) 일방적으로 강행한 외국계 제련사 회원 허용
2026년 3월 16일, KRX는 금시장 운영 규정 개정을 공표하였다. 핵심은 외국계 제련소에 대해 장내에서 직접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자기매매 회원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사전 영향 평가도, 산업 피해 분석도, 대체 대책도 전혀 없었다. 정부도, 업계도, 어느 누구와도 사전 협의 없이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이번 결정의 대상은 PAMP와 Valcambi다. PAMP는 연간 금 450톤, 은 600톤을 정련할 수 있는 세계적 규모의 기업이며, Valcambi는 세계 최대급 정련소로 연간 약 2,000톤을 생산한다. 참고로 국내 유일의 LBMA(런던귀금속시장협회) 멤버인 LS MnM의 연 생산량은 약 30톤이다. 자본력과 생산 규모에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외국 거대 자본을 아무런 법적·제도적 준비 없이 장내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근거다. KRX 관계자는 업계에 외국 제련사와 주고받은 이메일(Letter)을 내밀며 이들이 수익률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가격으로 KRX 금시장의 유동성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한국 금시장의 개방 여부를 정부와 주얼리 업계를 무시한 채, 사기업인 (주)KRX의 일개 부서가 외국 기업과 이면 협약으로 결정하겠다는 이야기인가. 이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이자 무책임한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2) KRX가 국내 실물사업자에게만 부과해온 까다로운 진입 장벽
현재 국내 주얼리 업계의 실물사업자(금 도매업체)가 자기매매 회원으로서 장외에서 금을 매입하여 장내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이 KRX 금시장에 금을 공급하려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 4천만 원에 달하는 조폐공사 금형을 구입하여 주물바가 아닌 프레스바(민트바)를 제작해야 한다.
▸ 조폐공사의 품질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새벽부터 대전 조폐공사를 직접 방문해야 하며, 검사 일정도 조폐공사 형편에 따라야 한다.
▸ KRX 금시장 운영 규정 제13조 2항에 따라 2년 이상의 국내 영업 실적이 있어야 한다.
(3) 외국계에는 모든 것이 '면제' — 명백한 역차별
LBMA 브랜드를 보유한 외국계 제련사에게는 국내 실물사업자에게 요구하는 모든 조건이 면제된다. KRX는 외국 제련사에 카펫을 깔아주면서 앞장서서 국내 금시장 진출을 견인하였다.
▸ 프레스바(민트바) 제작 의무 → 면제. 주물바 그대로 공급 가능.
▸ 조폐공사 품질 검사 → 면제. 받지 않아도 된다.
▸ 2년 국내 영업 실적 요건 → 면제. 최소 검증 기간도 필요 없다.
▸ 수입 관세 → 없다.
이번 결정은 국내 실물사업자에게 프레스바 제조비용, 조폐공사 품질비용, 금 수입 비용 등에서 원가 경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기면서, 외국 제련사에게는 그 모든 부담을 면제해 주는 노골적인 역차별이다.
3. 업계가 요구한 내용 — 우리는 무조건 반대하지 않았다
2026년 4월 7일, 주얼리 공용회의실에서 KRX 관계자와 (사)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 오효근 회장, (사)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김종목 회장이 만났다. 업계는 이 자리에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합리적인 절차와 방안을 제안하였다.
▸ 외국 제련회사의 회원자격 결정을 잠정적으로 유보할 것
▸ 정부·업계·KRX가 참여하는 실태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용역 보고서를 작성하고 재검토할 것
▸ 밀실 협약이 아닌, 업계가 참여하는 공개적인 간담회·공청회를 통해 국내 금시장과 주얼리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
▸ 김치 프리미엄 해소를 위해 한국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리고, 금 수입 관세를 일시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
▸ 품질인증 기관을 복수화하여 검사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것 (조폐공사 독점 해소)
▸ 시간이 오래 걸리는 프레스바 대신 주물바 입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
너무나 당연한 이 주장을 일개 주식회사 담당 부서에서 반대하고 있다. 사기업에 공공적인 권한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뼈아픈 현실이다. KRX는 업계의 간곡한 제안에도 불구하고 2026년 4월 18일 외국계 제련회사의 회원가입을 승인하는 결정을 일방적으로 강행하였다.
4. KRX의 강행 —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1) 국내 실물사업자의 원가 경쟁력 상실
외국계 제련사는 프레스바 제조 비용도, 조폐공사 품질 검사 비용도, 수입 관세도 부담하지 않는다. 반면 국내 실물사업자는 이 모든 비용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국내 사업자만 출발선이 수백만 원 뒤에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 그것이 KRX 강행 이후의 현실이다.
(2) 쿠팡 사태가 보여준 거대 자본 독점의 교훈
지금 온 나라가 쿠팡 사태로 떠들썩하다. 쿠팡은 국내 최대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하면서 납품업체를 상대로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하고 광고비를 전가하는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2026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 8천만 원을 부과받았다. 3,367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가와 국민 모두가 거대 플랫폼 독점의 폐해를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
쿠팡이 어떻게 독점적 지위를 굳혔는가. 처음에는 소비자에게 편리함과 낮은 가격을 약속하며 시장에 진입하였다. 그러나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시장을 장악한 뒤에는 납품업체에게 일방적인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목표치를 맞추지 못하면 발주를 끊겠다고 압박하였다. 거부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 피해는 납품업체를 거쳐 결국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왔다.
지금 KRX가 벌이는 일이 바로 이와 똑같은 구조다.
▸ 쿠팡은 플랫폼을 무기로 납품업체를 종속시켰다. KRX는 금시장이라는 유일한 장내 플랫폼을 무기로 외국 거대 자본을 무조건 끌어들이려 한다.
▸ 쿠팡은 처음에 최저가와 유동성을 약속했다. PAMP·Valcambi도 처음에는 최소 이윤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 그 약속이 얼마나 지켜졌는지는, 쿠팡이 이미 보여주었다.
외국계 제련사가 장내에 자리를 잡은 뒤 2년 후에 장외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이면 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공허한 문서에 불과하다. 연간 2,000톤을 생산하는 Valcambi와 450톤을 정련하는 PAMP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 장외시장과 주얼리 산업 전반의 잠식은 시간문제다. 대한민국 주얼리 산업이 쿠팡 사태의 납품업체처럼 되는 날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3) 금, 국가 전략 자산의 외국 자본 종속
우리나라의 금 보유량은 104.4톤으로 전 세계 36위에 불과하다. 중국 2,226톤(6위), 일본 846톤(8위), 대만 422톤(12위)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며, 심지어 그 104.4톤조차 한국은행이 아닌 영란은행에 맡겨져 있어 정작 필요할 때 신속하게 가져오지 못한다고 한다.
2025년 트럼프 관세 쇼크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금을 사들이는 상황에서 금은 달러를 대체하는 가장 강력한 기축통화로 재부상하고 있다. 이런 한시적이고 특별한 상황을 해결하겠다며 외국계 거대 제련업체에 국내 금시장의 문을 열어주는 것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 유동성과 편의성을 내세워 시장에 진입한 뒤 독점 지위를 굳혀 온 방식과 다를 바 없다.
(4) 법과 제도가 없는 개방 — 피해는 국민이 진다
정부의 귀금속산업발전방안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국가의 전략자산인 금에 대한 아무런 법적 관리 체계가 없다. 쿠팡 사태에서도 법과 제도의 허점이 피해를 키웠듯이, 법과 제도가 미비된 상태에서 외국 자본에 시장을 열면 그 피해는 1차로 산업계에,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된다. 이것은 예측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다른 산업에서 목격한 현실이다.
5. 우리의 요구사항
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와 금시장 비상대책위원회는 공동으로 여의도 KRX 본사에서 2회, 금융위원회가 있는 광화문 서울청사에서 1회, 청와대에서 2회의 KRX 규탄 집회를 진행하였으며, 국회에서의 공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 대통령과 관계 당국에 다음을 강력히 촉구한다.
1. 청와대의 직접 조사와 금융위·한국거래소의 책임 규명
KRX 금시장 정책 강행 과정을 즉시 조사하고, 방관으로 일관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의 책임을 엄중히 문책하라. 쿠팡 사태에서 정부의 늑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듯이,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2. 금 원자재 부가세 전면 폐지 및 금 인증마크 이원화
소상공인의 목을 조이는 금 원자재 부가가치세를 즉각 폐지하고, 조폐공사가 독점하는 금 품위인증을 업계로 이원화하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라.
3. 산업 피해 긴급 영향 평가 및 KRX 금시장 전면 공영화
이번 정책으로 야기된 산업 피해에 대해 국가 차원의 긴급 책임 조치를 시행하고, 국민의 재산인 이 시장이 반드시 공익을 위해 운영될 수 있도록 KRX 금시장의 공영화를 즉시 추진하라. 현재 KRX는 국가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민간기업의 형태를 띠는 공공도 민간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 구조적 모순이 바로 오늘의 문제를 낳은 근본 원인이며,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4. 업계 참여 공청회·토론회 즉각 개최
KRX와 외국 제련사 간의 밀실 협약이 아닌, 업계가 참여하는 공개적인 간담회·공청회를 통해 국내 금시장과 주얼리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
5.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 확대 및 수입 관세 일시 유예 검토
김치 프리미엄 해소와 금 유동성 위기의 근본 해결을 위해 한국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리고, 금 수입 관세를 일시 유예하는 방안을 조속히 검토하라. 선제적으로 금 유동성 위기와 김치 프리미엄을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굳이 외국계 제련소를 국내 금시장에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함을 넘어 의심스럽다.
쿠팡 사태는 우리에게 분명하게 가르쳐 주었다. 거대 자본이 시장에 들어올 때 약속하는 편의와 유동성은, 독점 지위가 굳어지면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 교훈을 금시장에서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금은 달러를 대체하는 유일한 기축통화이며, 매우 중요한 국가의 전략자산이다. 금시장은 정부의 관리와 지원으로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한다. 지금의 우리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금시장이 아닌, 바로 선 금시장을 후세에 물려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
국민의 손으로 만든 시장을, 국민의 손으로 지켜야 한다. 잘못된 정책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하며, 그 책임은 반드시 누군가가 져야 마땅하다. 우리는 생존권이 온전히 보장될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 글: (사)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 회장 오효근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